몸 신호
스쿼트할 때 무릎이 아픈 이유
스쿼트에서 무릎이 아프면 보통 무릎을 고치려 합니다. 그런데 무릎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쪽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쿼트는 발목·무릎·고관절이 함께 접히는 동작입니다. 셋 중 하나가 덜 접히면 그 몫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관절로 넘어가고, 대개 무릎으로 몰립니다. 그래서 무릎만 손보면 며칠 뒤 같은 자리가 다시 아픕니다.
무릎이 발끝을 넘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넘어도 됩니다. 발목이 접히는 만큼 정강이가 앞으로 기웁니다. 그때 무릎은 자연스럽게 발끝을 지납니다.
문제는 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발목이 접히지 않는데 억지로 내려가는 쪽입니다.
무릎을 앞으로 못 나가게 막으면 몸은 다른 길을 찾습니다. 상체를 더 숙이거나, 엉덩이를 뒤로 과하게 뺍니다. 무릎에서 덜어낸 부담이 고관절과 허리로 넘어갑니다.
무릎을 발끝 뒤에 묶어 두고 스쿼트를 시킨 연구가 있습니다. 무릎에 걸리는 부담은 약 22% 줄었습니다. 대신 고관절에 걸리는 부담이 훨씬 크게 늘었습니다 (Fry 등, 2003).
다만 이 연구는 참가자가 7명뿐이었습니다. 고관절 수치는 뒤에 다른 연구자들이 재분석하면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방향은 참고하되, 숫자를 그대로 믿을 일은 아닙니다.
"무릎이 발끝을 넘으면 안 된다"는 오래된 통념에 가깝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도, 바닥에 앉았다 일어날 때도 우리 무릎은 매일 발끝을 지납니다.
그럼 무릎 말고 어디를 봐야 하나요?
발목과 고관절을 봅니다. 둘 중 하나가 덜 접히면 무릎이 그만큼 더 일합니다.
무릎은 앞뒤로 접히는 데 특화된 관절입니다. 다른 관절의 몫까지 받아내기에는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랜딩의 스쿼트 체크에 있는 여섯 항목은 사실 이 세 관절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 뒤꿈치가 자꾸 뜬다
발목이 접히는 범위가 모자랍니다. 무릎 부담과 가장 직접 이어지는 신호입니다. - 상체가 앞으로 많이 기운다
역시 발목입니다. 정강이가 못 기우니 상체가 대신 기웁니다. - 깊이 앉기가 어렵다
발목일 수도, 고관절일 수도 있습니다. -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거나 바깥쪽으로 벌어진다
고관절이 다리를 바깥에서 잡아 주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발목이 덜 접혀도 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 한쪽으로 체중이 쏠린다
좌우 차이입니다. 쏠린 쪽 무릎이 먼저 아픕니다. - 발 안쪽이나 바깥쪽에 체중이 쏠린다
발이 바닥을 고르게 못 누르면, 그 위의 무릎도 같이 돌아갑니다.
몇 개에 체크했는지보다 어느 항목에 체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뒤꿈치와 상체 쪽에 표시가 몰렸다면, 발목부터 보는 게 맞습니다.
발목이 얼마나 접히는지 집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벽 하나면 됩니다.
벽 앞에 서서 발끝을 벽에서 10cm쯤 뗍니다. 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무릎을 앞으로 밀어 벽에 대 봅니다. 뒤꿈치가 뜨지 않고 무릎이 닿으면, 스쿼트에 쓸 만한 발목 범위가 있는 편입니다.
닿지 않으면 거리를 줄여 가며 닿는 지점을 찾습니다. 그 거리가 지금 발목이 접히는 정도입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좌우 차이입니다. 오른쪽은 10cm에서 닿는데 왼쪽은 5cm에서 겨우 닿는다고 해 봅시다. 스쿼트를 할 때마다 몸은 덜 접히는 쪽을 피해 반대로 기웁니다.
아픈 무릎이 한쪽뿐이라면, 이 검사부터 해 보세요.
발목이 접히는 범위를 일부러 막고 스쿼트를 시킨 연구가 있습니다. 무릎이 덜 굽고, 안쪽으로 더 모이고, 허벅지 앞 근육이 덜 쓰였습니다. 무릎 앞쪽 통증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변화였습니다 (Macrum 등, 2012).
무릎이 아픈데 계속해도 되나요?
동작 중에 아프면 그 깊이에서는 멈춥니다. 참고 반복하면 다음 날 더 아픈 상태로 시작하게 됩니다.
대신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깊이를 절반으로 줄입니다. 아프지 않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먼저 찾고, 그 안에서만 반복합니다.
범위를 넓히는 건 그 다음입니다. 아프지 않은 10번이 아픈 3번보다 많은 것을 남깁니다.
수업에서 본 것
수업에서 스쿼트를 보면, 발목이 생각보다 안 접히는 분이 많습니다. 따로 세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처음 오신 분들에게 거의 매번 확인하게 되는 항목입니다. 저 자신도 그렇습니다.
체감으로는 세대 차이도 보입니다. 90년대생까지는 쪼그려앉기가 되는 분이 많습니다. 2000년대생부터는 그 자세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바닥에 앉던 생활이 의자 생활로 바뀐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발목과 고관절을 끝까지 접을 일이 줄었으니까요. 통계로 확인한 것은 아니고, 수업에서 받은 인상입니다.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는 것도 자주 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본인이 모른다는 점입니다. 영상으로 보여 드리면 그제서야 "제가 이렇게 하고 있었어요?" 하십니다.
그래서 첫 수업에서는 스쿼트를 바로 반복하지 않습니다. 내 몸에 맞는 스쿼트 넓이를 먼저 찾습니다. 발 간격과 발끝 각도를 조금씩 바꿔 봅니다. 같은 사람도 유독 편하게 앉아지는 폭이 있습니다. 그 폭을 찾은 다음에 횟수를 쌓습니다.
오늘부터 뭘 바꾸면 되나요?
순서대로 하나씩 해 보세요. 네 개를 한꺼번에 바꾸면, 뭐가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 깊이를 절반으로 줄입니다.
아프지 않은 범위를 먼저 확보합니다. - 발 간격을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히고, 발끝을 살짝 바깥으로 돌립니다.
고관절이 접힐 공간이 생깁니다. - 뒤꿈치 아래에 얇은 받침을 둡니다.
책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발목이 모자란 만큼을 빌려 오는 것이라, 그날 바로 편해집니다. - 스쿼트 전에 발목부터 움직입니다.
위의 벽 자세로 무릎을 벽에 대었다 떼기를, 한쪽에 10회씩 합니다.
3번은 임시 조치입니다. 받침을 깔면 당장은 편합니다. 그렇다고 발목이 접히는 범위가 늘어난 건 아닙니다. 편해진 상태에서 4번을 꾸준히 해서, 받침을 치우는 게 목표입니다.
통증이 2주 넘게 이어진다면 운동으로 풀 일이 아닙니다. 밤에 깰 정도거나, 무릎이 붓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진료를 받아 보세요.
이 글은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 목적이 아닌, 일상적인 움직임 가이드입니다.
참고 문헌
- Fry AC, Smith JC, Schilling BK. Effect of knee position on hip and knee torques during the barbell squat. J Strength Cond Res. 2003;17(4):629–633. PubMed
- Macrum E, Bell DR, Boling M, Lewek M, Padua D. Effect of limiting ankle-dorsiflexion range of motion on lower extremity kinematics and muscle-activation patterns during a squat. J Sport Rehabil. 2012;21(2):144–150. PubMed
두 연구 모두 참가자가 적고(7명·30명), 통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이지, 「이렇게 하면 낫는다」를 증명한 자료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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